“글로벌, 차별화, 선택, 집중, 도전, 용기”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신영기 교수가 언급한 신약개발의 중요 키워드들이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연구하며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 교수는 2023년 대한약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신설된 이은방 신약개발대상의 첫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하는 우수한 표적항암제 파이프라인들을 개발했고, 면역 사이토카인을 이용하는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의 신약 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다.
신 교수는 ‘LOW RISK HIGH RETURN(저위험고수익)’을 찾으려 하지 말고 ’HIGH RISK(고위험)’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기존 약보다 더 좋은 약을 만들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 가능한 신약을 개발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신약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했을 때 신약 허가율이 3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바이오마커란 일반적으로 단백질이나 DNA, RNA(리복핵산),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의미한다.
상금으로 받은 500만원 대부분을 후학 양성을 위해 약학대학에 기부한다는 신 교수를 약업닷컴이 최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서 만났다.
신영기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병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2016년부터는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분자의학 및 바이오 제약학과 학과장을 역임했다. 연구자로서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하는 신약 개발과 바이오디펜스 관련 연구 등 총 165편 이상의 SCI/SCIE급 논문을 발표했고 H-index 50을 기록하고 있는 명실상부 동반진단과 항암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신영기 교수가 최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서 가진 약업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신약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약업신문
Q. 이은방 신약개발대상의 첫 수상자라는 영광을 안았다. 수상소감 한마디.
이은방 선생께서 천연물 신약 스티렌을 개발하신 만큼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보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기쁘다기보다는 어깨가 무겁다. 다만, 자신은 있다.
이은방 선생의 바람은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 즉 시장에서 니즈가 있는 약을 개발하라’는 것이니, 그 정신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Q. 의과대학을 졸업하셨는데? 신약 개발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석,박사까지 했지만 장롱면허다(웃음).
그래도 신약 개발로 더 가치로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혈압 약이 탄생함으로써 고혈압 환자들이 전문가를 찾아가지 않고도 일반의한테서 처방받을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현재 뜨거운 이슈인 비만 신약만 봐도 획기적인 약의 임팩트는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학대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신약개발을 하겠다”고 본격적으로 다짐했다.
박사 학위를 면역병 약 연구로 받았는데, 박사 과정 당시 항체 관련 연구를 많이 했다. 그 당시 신약개발에 관심을 가졌던 정도라면, 약대 교수가 되면서 ‘신약 개발’의 꿈을 꾸게 됐다.
Q. 신약개발에 있어 중요한 점은?
전세계 시장을 목표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2000년대 초반 나왔던 질문이 ‘신약개발의 성공률을 어떻게 높일지’였고, 그래서 당시엔 신약 개발을 예측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그래서 바이오마커 이슈를 2000년대 중반부터 집중적으로 얘기했었다.
다만 그래프를 보면, 1950년부터 2010년까지 R&D 대비 신약허가수가 뚝 떨어졌다. 바이오 테크놀로지 기술은 발전했지만 규제 등으로 시장 유통이 가능한 신약이 개발되는 데 드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이를 ‘이룸의 법칙’이라 부른다.
이룸의 법칙(Eroom’s Law)은 무어의 법칙의 무어(Moore)의 영어철자를 반대로 한 것이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IT기술의 발전속도에 관한 것으로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으로 우상향 상승곡선의 그래프를 나타낸다.
신약개발의 핵심은 바로 이 ‘이룸의 법칙을 타파’하는 데 있다. 일례로 바이오마커의 등장 등으로 그래프가 2010년 급격히 성장세로 돌아섰고 조금 성장했다.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신약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바이오마커는 진단과 관련이 있어 2007, 2008년 경부터 신약을 개발할 때 동반진단을 해야한다고 주장했었다.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 과정에서 실제 임상에서 약을 효과가 있는 환자들에게 제대로 처방하도록 하는 것이 동반진단이고, 동반진단을 위해선 바이오마커를 가지고 전향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또 데이터사이언스에 주목하고 데이터사이언스를 하는 사람과 지속 소통해야 한다.
Q.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노래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가수 이승철만큼 노력하면 이승철과 똑같은 사람밖에 되지 못한다. 이승철보다 더 노력해야 기준을 넘어설 수 있다.
신약개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기존 약의 기준을 넘어서지 못하면, 제약바이오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지 못한다.
지금 전문가를 찾아야만 하는 영역을 찾아봤으면 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영역이나 반대하는 걸 선택해 집중했으면 한다.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실패하면 받아들여야 한다.
Q. 바이오 신약 개발 회사인 에이비온의 대표이사기도 하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지.
임상으로 갈 수 있는 비임상 단계부터는 대학교에서 할 수 없다. 신약개발 임상 연구는 민간 자본을 설득하면서 가야 하는 영역이고, 연구 자료를 근거로 규제기관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바이오벤처를 창업했다.
바이오마커 기반의 치료 및 진단과 관련해 도출한 우수 성과들을 젠큐릭스나 엔젠바이오 회사에 라이센스를 줬고, 그럼게 함으로써 사업과 신약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또 기술과 연구를 통해 좋은 물질을 찾아도 특허 등 비즈니스 측면이 있기에 회사에 전문가를 둘 필요가 있다.
신약개발은 사이언스뿐 아니라, 규제와 규제과학 영역도 있고 과학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 봉착했을 때 특허가 다 보호해주기 때문에, 데이터를 오픈해 최고의 전문가와 소통하고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
Q. 신약개발 과정 중 어려운 점은?
자본을 확보하는 것이다. 자본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학습해나가는 과정이 정말 어렵다. 또 데이터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데이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에 있어 난감한 부분이 있다.
또 아이템 선정에 있어 과학적으로 검증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약사들의 본질이 ‘신약개발’인 만큼 제약사들은 지식재산전략(IP)과 연구개발(R&D)에 중점을 두고 젊은 친구를 많이 유입해 젊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
Q. 정부에 바라는 점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 종합기구(PMDA),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등 4대 글로벌 기관들의 규제 심사 기준에 발 맞췄으면 한다. 이들과 협력해 같이 심사해야 글로벌 성장이 가능하다. 영국-미국심사를 같이 제출하면 베네핏을 줬으면 한다.
글로벌 규제 심사 기준과 통일하는 것에 업무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한국 식약처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미국에서 승인받지 못하는 일이 없어지게 말이다.